시편 23:1-6
광야에도 목자는 계십니다
우리는 시편 23편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너무 익숙한 말씀이라 오히려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편 23편은 평온한 삶을 노래하는 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광야와 골짜기를 지나며 기록된 신앙고백에 가깝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목자로 고백합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표현입니다.
왕이신 하나님.
영광의 하나님.
전능하신 하나님.
그런데 다윗은 그 하나님을 목자라고 부릅니다.
목자는 화려한 직업이 아닙니다.
먼지와 땀 속에서 양들을 돌보고,
위험을 감수하며 길을 찾고,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고백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함께 걸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시편 23편의 푸른 초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종종 넓은 초원과 잔잔한 시냇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다윗이 살았던 광야에서는 그런 풍경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척박한 광야 한가운데 만나는 작은 오아시스가
곧 푸른 초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시편 23편은
문제가 없는 인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문제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공급하신 은혜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광야 같은 시간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질병.
관계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
기도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시간.
그러나 돌아보면 하나님께서는 늘 필요한 만큼의 은혜를 주셨습니다.
언제나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충분했습니다.
광야에서 만난 한 모금의 물처럼,
하나님은 필요한 순간마다 우리를 살려 주셨습니다.
시편 23편은 결국 골짜기를 이야기합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성경은 골짜기가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믿음이 있으면 어려움이 사라진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골짜기를 지나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말합니다.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골짜기가 없는 것이 평안이 아니라,
골짜기 속에서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평안의 이유입니다.
우리는 종종 현재의 상황만 바라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금의 순간보다 더 긴 이야기를 보고 계십니다.
광야도.
골짜기도.
눈물도.
그분의 손 안에서는 결국 한 편의 시가 됩니다.
그래서 다윗은 마지막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이것은 미래를 다 안다는 사람의 말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는 사람의 고백입니다.
오늘의 묵상
지금 내 삶의 광야는 어디입니까?
그리고 그 광야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작은 푸른 초장은 무엇입니까?
※ 이 글은 설교 원고를 바탕으로, 오늘의 묵상으로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