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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니혼바시

니혼바시에서 다시 시작하다

새로운 봄이 찾아왔습니다.

겨울은 길었지만 계절은 다시 바뀌었고, 도쿄의 거리에도 조금씩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기다렸습니다.

열리기를 기대했던 문도 있었고,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계획보다 더 넓은 길을 준비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기대했던 문과 다른 문

한동안 저는 일본 현지 교회에서 부사역자로 섬길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기도했습니다.

교회 현장에서 더 배우고,

더 가까이 사람들을 섬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방향으로는 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한 가지 비전을 다시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도쿄 중심부에서의 사역.

그리고 니혼바시였습니다.


일본의 모든 길이 시작되는 곳

에도 시대부터 일본의 모든 길이 시작된 곳.

니혼바시.

한자로는 日本橋, ‘일본의 다리’라는 뜻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지명이 아닙니다.

일본의 역사와 경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교차해 온 장소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이름이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다리라는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다리는 서로 다른 두 곳을 연결합니다.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줍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생각할수록 예수님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신 분.

깨어진 관계를 회복시키시는 분.

참된 화해의 길이 되신 분.

니혼바시라는 이름은 제게 점점 더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집, 새로운 시작

문제는 현실이었습니다.

도쿄 중심부는 누구나 알 정도로 생활비가 비싼 곳입니다.

특히 니혼바시는 더욱 그렇습니다.

과연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여러 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크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집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병원과도 가까웠고,

생활하기에도 좋은 위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돌아보면 집을 얻은 기쁨보다,

하나님께서 한 걸음 앞으로 인도하셨다는 확신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함께 무릎 꿇고 드린 기도

이사를 마친 직후, 몇 분의 소중한 동역자들이 도쿄를 방문했습니다.

집 안에는 아직 짐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의자도 없었고,

가구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닥에 함께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도쿄를 위해.

일본을 위해.

그리고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그 순간 저는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건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교회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다시 길 위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도 우리를 인도하셨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니혼바시는 일본의 길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우리 부부에게도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거창한 일을 꿈꾸기보다,

먼저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걷고,

함께 울고,

함께 기도하며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일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작은 식탁으로,

그리고 함께 걷는 한 걸음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니혼바시의 길 위를 걸어갑니다.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며.


※ 이 글은 과거의 기록을 바탕으로, 오늘의 걸음 속에서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