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에서의 걸음

📍 도쿄 니혼바시

도쿄에 오기까지

도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저희의 이야기는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습니다.

2014년 어느 날,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새롭게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강도를 만나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외면한 이들도 있었지만, 한 사마리아인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그 말씀은 단순한 성경 이야기가 아니라 저희 부부를 향한 부르심처럼 들렸습니다.

누군가의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삶.

그것이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맡기신 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작은 순종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입니다.


그 후 저희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현지 일본어 교회를 섬기고, 산악민족 아동들을 위한 시설에서 봉사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은 결코 특별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이런 길을 걷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오게 되었고, 현지 교회를 섬기며 일본 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성실했지만, 동시에 깊은 외로움과 영적인 갈증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가장 큰 시련도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위암 진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수술을 통해 위 전체를 절제해야 했고, 이후의 시간 역시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의 길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고난 가운데서도 저희를 붙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보게 하셨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10년은 이해보다 순종이 먼저였던 시간이었습니다.

태국에서의 시간도,

일본에서의 시간도,

언어를 배우고 신학을 공부했던 시간도,

그리고 고난의 시간마저도,

지나고 나서야 하나의 길로 이어져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우연처럼 보였던 일들이 이제는 준비의 과정처럼 보입니다.

하나님께서 저희를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사람들을 위해 조금씩 빚어 가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도 저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신실하게 인도해 오셨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도쿄의 길 위를 걸어갑니다.

누군가의 이웃이 되라는 그 부르심을 기억하며,

주어진 자리에서 작은 사랑을 실천하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다음 걸음을 기대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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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과거의 기록을 바탕으로, 오늘의 걸음 속에서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