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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니혼바시

낯선 도시에서 배우는 기다림

도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집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비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치료 역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로운 나라에서의 시작은 기대보다 불확실함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도 그랬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들 앞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기다림의 시간에도 하나님은 조용히 일하고 계셨습니다.


예상보다 좋은 집을 허락하시다

일본에 도착한 후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교회에서 머물렀습니다.

집을 구하는 일을 서두를 수 없었습니다.

아내의 병원과 치료 계획이 먼저 정리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좋은 환경의 집을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서둘러 결정하는 대신 필요한 때를 기다리게 하신 하나님의 배려였는지도 모릅니다.


생애 첫 일본어 설교

도일 후 한 달쯤 지났을 때, 일본어로 처음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와 설교는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 앞에서 일본어로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설교 원고를 수없이 수정했고, 발음을 반복해서 연습했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여러 번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언어의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설교를 마친 뒤 마음속에는 감사가 남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서툰 일본어를 인내하며 들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성도들의 따뜻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선교란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로의 부족함을 품어 주며 함께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식탁에 모인 사람들

그날 저녁, 교회에서는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열린 교제 모임이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미얀마.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쩌면 거대한 건물이나 특별한 행사보다 이런 식탁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앉아 있는 모습 속에서 복음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기다림 속에 찾아온 위로

그 무렵 아내는 항암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치료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부작용 때문에 예정된 치료가 중단되기도 했고, 앞으로의 과정도 불확실했습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님은 필요한 때마다 사람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오랜 친구와 동역자들.

먼 길을 찾아와 준 목회자와 성도들.

짧은 만남이었지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문제를 즉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기도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답보다 먼저 주어지는 평안

돌아보면 그 시기는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비자도 기다려야 했고,

치료도 기다려야 했고,

앞으로의 사역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답을 먼저 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때때로 답보다 평안을 먼저 주시는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에 평안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평안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첫 여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특히 기다림도 믿음의 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 이 글은 과거의 기록을 바탕으로, 오늘의 걸음 속에서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