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니혼바시
하늘이 열리던 밤
도쿄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리면, 언제나 낯선 길의 감각이 먼저 생각납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나라로 향하는 일은 지도 한 장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기대도 있었지만, 불안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가족의 병과 미래에 대한 걱정,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돌아보면 인생은 종종 계획보다 우회로를 선택합니다.
성경 속 야곱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이던 밤, 돌을 베고 잠들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늘이 열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 창세기 28:16
신기하게도 사람은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치앙마이에서, 일본에서, 그리고 지금 니혼바시에서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모든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됩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사실은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것을.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감옥에서 “선한 힘에 둘러싸여”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미래를 알 수 없던 자리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불안보다 더 깊은 손길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순간을 살아갑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계획했던 길이 무너질 때. 눈앞의 현실이 두려울 때.
그럴 때에도 삶은 멈추지 않습니다.
오늘도 니혼바시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때로는 길을 찾는 것보다 먼저, 이미 우리를 찾아오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밤의 야곱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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